최함월고가에서 만난 조선 한옥의 단정한 품격

늦가을 햇살이 기와 위에 부드럽게 내려앉은 오후, 충주 살미면의 최함월고가를 찾았습니다. 마을 어귀에 들어서자 낮은 담장 너머로 단정한 한옥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도 집이 지닌 위엄이 느껴졌고, 나무기둥과 기와의 곡선이 어우러진 선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바람이 스쳐 지나갈 때마다 대문 옆의 대나무가 부드럽게 흔들렸고, 마당에서는 낙엽이 천천히 흩날렸습니다. 건물의 나이테 같은 목재결과 세월이 켜켜이 쌓인 돌담은 이 집이 오랜 세월을 견뎌온 존재임을 말해주었습니다. 조용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이곳의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1. 산자락 아래 고즈넉히 자리한 고가

 

최함월고가는 충주시 살미면 용천리 마을 안쪽, 낮은 산자락을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내비게이션에 ‘최함월고가’를 입력하면 마을길 끝자락까지 안내되며, 작은 표지석이 입구를 알려줍니다. 길은 평탄하고, 인근 공터에 주차가 가능합니다. 주차장에서 도보로 2분 정도 걸으면 담장과 솟을대문이 나타납니다. 입구 앞에는 오래된 회화나무 한 그루가 서 있어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습니다. 대문을 들어서자마자 흙마당이 펼쳐졌고, 그 끝에 ㄱ자 형태로 배치된 사랑채와 안채가 보였습니다. 주변의 산세가 부드럽게 감싸고 있어 바람이 잔잔히 흐르고, 새소리만이 들리는 평화로운 분위기였습니다. 길이 조용하고 접근이 쉬워, 누구나 편히 둘러볼 수 있는 고택이었습니다.

 

 

2. 조선 후기 양반가의 품격 있는 구조

 

사랑채는 넓은 대청마루를 중심으로 좌우에 방이 배치되어 있었고, 대청 위에는 ‘함월헌(涵月軒)’이라 쓴 편액이 걸려 있었습니다. 글씨의 획마다 절제된 품격이 느껴졌습니다. 지붕은 팔작지붕 구조로, 기와의 배열이 가지런했고, 처마 밑의 서까래는 곧게 뻗어 있었습니다. 마루 밑에는 흙바닥과 돌기단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어 건물의 안정감을 더했습니다. 안채는 사랑채보다 약간 높게 위치해 있으며, 가족의 생활공간으로 쓰였다고 합니다. 방의 창살무늬는 단정하고, 나무창호는 세월의 색으로 짙게 변해 있었습니다. 건물 전체가 화려하지 않지만 정제된 비례감과 균형을 갖추고 있어, 조선 후기 양반가의 격조가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3. ‘함월헌’에 담긴 이름의 뜻과 주인의 삶

 

이 고택은 조선 후기 학자 최함월(崔涵月, 1838~1910)의 생가로, 그가 학문과 덕행으로 지역 사회에 큰 영향을 끼쳤던 인물이라 합니다. ‘함월’이라는 호는 ‘달빛을 머금다’라는 뜻으로, 그의 온화한 성품과 청렴한 인품을 상징한다고 전해집니다. 안내문에는 그가 생전에 서당을 열어 제자들을 가르치고,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학문과 덕을 함께 실천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었습니다. 사랑채 대청 위의 현판 ‘함월헌’은 그의 정신을 상징하는 이름으로, 집의 중심에 걸려 있어 그 의미를 더욱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니라, 학문과 인품이 함께 깃든 삶의 터전이었습니다. 마루에 서 있으면 그가 밤마다 달빛 아래에서 글을 읽던 장면이 자연스레 떠올랐습니다.

 

 

4. 세월을 품은 재료와 세심한 보존

 

건물의 목재는 대부분 원형을 유지하고 있었으며, 기둥과 서까래에는 시간이 만든 고운 결이 남아 있었습니다. 처마 밑에는 벌레 방지를 위한 약초 연기 흔적이 보였고, 담장 아래의 돌들은 흙에 단단히 박혀 있었습니다. 지붕의 일부는 복원되어 있었지만 전체적인 균형과 색감이 자연스러웠습니다. 안마당에는 작은 우물이 남아 있었고, 우물가의 돌뚜껑이 반질반질하게 닳아 있었습니다. 안내판 옆에는 건물의 보수 연혁과 목재 교체 기록이 정리되어 있었는데, 세대가 바뀌어도 집을 지켜온 정성과 노력이 느껴졌습니다. 관리 상태가 좋아 먼지가 거의 없었고, 나무 향이 은은히 퍼졌습니다. 세심하게 보존된 한옥이 주는 고요한 안정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5. 주변 풍경과 함께 즐기는 산촌의 여유

 

최함월고가를 둘러본 후에는 마을 뒤편 오솔길을 따라 잠시 산책을 했습니다. 길은 완만하고 숲 향기가 짙었습니다. 약 10분쯤 걷자 작은 개울이 나타났고, 물이 맑게 흐르며 돌 위로 반사된 햇빛이 반짝였습니다. 이어서 차로 5분 거리의 ‘살미온천’으로 이동해 따뜻한 족욕 체험을 즐겼습니다. 온천수의 미묘한 온기가 산길의 피로를 풀어주었습니다. 점심은 인근 ‘살미정식당’에서 더덕불고기와 된장찌개를 맛보았는데, 구수한 향과 깔끔한 반찬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귀가 전에는 ‘중원모자이크공원’에 들러 조각 작품을 감상하며 여유로운 오후를 마무리했습니다. 자연과 전통이 함께 이어진 하루였습니다.

 

 

6. 방문 전 알아두면 좋은 점

 

최함월고가는 상시 개방되어 있으며, 입장료는 없습니다. 마을 안길이 좁으므로 중형차 이상은 마을 입구 공터에 주차하고 도보로 이동하는 것이 좋습니다. 내부는 일부 구역만 관람 가능하며, 신발을 벗고 마루에 오를 수 있습니다. 음식물 섭취와 흡연은 금지되어 있으며, 촬영은 가능하되 플래시 사용은 삼가야 합니다. 봄에는 집 앞의 매화와 복숭아꽃이 만개하고, 가을에는 단풍이 처마 끝까지 물들어 사계절의 아름다움이 뚜렷합니다. 조용한 산촌 마을에 위치해 있으므로, 소음을 최소화하며 머무는 것이 좋습니다. 오전 햇살이 마루를 비추는 시간대(10시~11시경)에 방문하면 가장 따뜻한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마무리

 

충주 살미면의 최함월고가는 단정한 아름다움과 깊은 정신이 공존하는 공간이었습니다. 목재와 돌, 바람과 햇살이 조화를 이루며 집 전체가 하나의 살아 있는 유산처럼 느껴졌습니다. 학자의 고결한 삶과 그 시대의 미학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관리가 세심해 불편함이 전혀 없었습니다. 오래된 마루에 앉아 바라본 들녘의 풍경은 조용하면서도 따뜻했습니다. 다음에는 눈 내린 겨울에 다시 찾아, 하얀 기와 위로 달빛이 비치는 함월헌의 고요한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최함월고가는 세월을 품은 집이자, 충주의 전통과 정신을 잇는 소중한 국가유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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